사방찬(四方讚)
일쇄동방결도량 (一灑東方潔道場)
이쇄남방득청량 (二灑南方得靑凉)
삼쇄서방구정토 (三灑西方俱淨土)
사쇄북방영안강 (四灑北方永安康)
〈사방찬〉은 동서남북의 내 방향을 찬탄하는 구절입니다. 즉〈다라니〉로서 관세음보살의 위력을 우주에 두루 충만해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첫째로〈일쇄동방결도량〉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동쪽을 향해 물을 뿌리면 도량이 맑아진다'가 됩니다. 여기서〈일쇄〉의 뜻은 '물을 뿌린다'는 뜻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번뇌를 씻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신묘장구대다라니〉를 읽음으로써 또는 넓은 의미로 부처님의 위대한 가르침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 삶에 있어서 어두운 부분들을 전부 씻어낸다는 뜻입니다.
불교에 있어서 번뇌는 결국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불행을 말합니다. 그것은 곧 탐.진.치 삼독(三毒)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그러한 찌꺼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지혜의 물로써 무명, 번뇌를 씻어내야만 하는 것입니다. 『천수경』은 바로 지혜의 감로로 번뇌를 씻어주는 위대한 가르침인 것입니다.
둘째로〈이쇄남방득청량〉은 '남쪽을 향해 물을 뿌리면 시원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시원함을 얻는다'는 결국 자기 자신의 마음의 시원함을 얻는 것이며 나아가 가정가 사회, 모든 인간관계가 시원해지고 모든 문제 해결이 시원해짐을 뜻합니다.
셋째로〈삼쇄서방구정토〉는 '서쪽을 향해 물을 뿌리면 정토를 구족 한다'는 뜻입니다. 흔히 불교에서는 정토가 서방에 있다고 해서 '서방정토'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결국『천수경』을 통해서 또는 불법을 통해서 마음의 번뇌를 씻어낼 때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바로 그곳이 극락정토인 것입니다.
넷째로〈사쇄북방영안강〉은 '북쪽으로 물을 뿌리면 영원한 편안함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먼저 자기 자신이 편안함을 가질 때 가족이 편안해지고 더 나아가 이웃과 사회, 온 인류가 편안함을 얻는 것입니다. 〈사방찬〉의 내용이 뜻하는 것은 마음과 현실세계가 둘이 아니기 때문에 『천수경』의 신앙을 통해서 주변이 깨끗해지고, 시원함을 얻고, 정토가 구현되고, 영원히 편안함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사방찬(四方讚)〉에 이어서 〈도량찬(道場讚)〉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도량찬
〈도량찬〉은 말 그대로 '도량을 찬탄하는 구절'입니다. 우리가 흔히 도량이라고 하면 물질적인 것만을 생각하기 쉬우나 도량은
곧 마음의 세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우리의 순간순간 마음가짐이나 마음의 움직임 하나가 도량인 것입니다. 그래서 『유마경』에서는 '직심(直心)이 곧 도량'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할환경을 근엄하게 하면 마음 자체도 근엄해지듯이 형식적인 도량과 현상적인 의식세계는 결코 둘이 아닌 것입니다.
〈도량찬〉의 맨 처음에 나오는〈도량청정무하예〉는 '도량이 깨끗해져서 티끌과 더러움이 없어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도량이 깨긋해진 것은 앞에 나온〈다라니〉를 통해서 즉, 관세음보살의 위신력과 자비의 힘으로 그렇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 티끌이나 더러움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자신 속에 내재된 그릇된 생각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둘째로〈삼보천룡강차지〉는 '불. 법. 승 삼보와 천룡팔부가 이 땅에 내려온다'는 뜻입니다. 우리의 마음이 청정하고 근엄해져서 더러움이 없는 세계가 되면 삼보 천룡이 자기 자신의 마음과 생활 속에 내려와 늘 함께 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청정이라는 말을 궁극적으로 해석하면 '텅 빈다'는 뜻입니다. 아무것도 없어서 공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수용하는 태도가 된다고 해서 청정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법회에 참석하는 것도 가정으로 돌아갔을 때 가정생활을 잘하기 위한 하나의 훈련인 것입니다.
셋째로〈아금칭송묘진언〉은 '내가 지금 묘한 진언을 외운다'는 뜻인데 여기서 묘한 진언은 우리의 생각으로 도저히 미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는 〈다라니〉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묘진언〉은 바로 진리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넷째로〈원사자비밀가호〉는 '원컨데 자비를 내려서 은밀하고 비밀스럽게지 켜준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비밀스럽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잘 되도록 한다는 말입니다. 즉, 알게 모르게 마음과 생활이 달라지고 향상되는 것이〈밀가호〉입니다.
〈도량찬〉은 바로 앞의〈사방찬〉과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볼 때 현상세계와 정신세계가 결코 둘이 아님을 나타낸 구절입니다. 다음으로 참회하는 게송을 담은〈참회게(懺悔偈)〉의 내용을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참회게(懺悔偈)
아석소조제악업(我昔所造諸惡業)
개유무시탐진치(皆由無始貪瞋癡)
종신구의지소생(從身口意之所生)
일체아금개참회(一切我今皆懺悔)
불교에서는 참회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참회란 언제나 자기의 잘못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복과 지혜와 공덕을 누리려면 그 모든 것을 바라기 이전에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 마음 자세란 바로 우리의 영혼 속에 담겨져 있는 온갖 업장과 악업, 또 부정적인 모든 생각을 비워 버려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참회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새로운 것을 담을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참회의 길을 알았다면 개인적인 참회는 물론 인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참회까지도 마땅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 금생에서 뿐만 아니라 세세생생 살아오면서 지은 모든 업장까지도 참회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참회는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하는 것이며, 그 범위 또한 대단히 넓습니다. 그렇게 할 때 참회의 진정한 목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 목적이란 다름 아닌 공덕을 담을 수 있는 빈 그릇을 만드는 일인 것입니다.
첫째와 둘째 구절인〈아석소조제악업, 개유무시탐진치〉를 연결해서 해석해 보면 '내가 옛날에 지은 모든 악업은 끝없이 오랜 옛적부터 익혀온 탐. 진. 치 삼독 때문에 일어난다'는 뜻이 됩니다. 탐. 진. 치 삼독은 신. 구. 의 삼업을 쫒아서 생겨납니다. 삼독은 다시 백팔 번뇌가 되고 그것을 펼치면 팔만사천 번뇌가 되는 것이며, 팔만사천 번뇌는 팔만사천 병고(病苦)가 됩니다. 우리의 병은 그 병에 따라 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그 약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래서 흔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만사천 법문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노사분규와 정치적인 어려운 문제 등도 따지고 보면 결국 탐.진.치 삼독이 그 주된 원인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삼독만 잘 다스리면 어떤 문제든지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되는 것입니다. 원인을 없애버리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입니다. 바로 이런 원리가 영원히 불변하는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탐. 진. 치 삼독 가운데에서 진심(瞋心)인 성내는 일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화내는 일 한 가지만이라도 지킬 수 있다면 수양이 다 된 거나 마찬 가지입니다. 가정이 밝아지는 첫째 조건이 화내지 않는 일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셋째, 넷째 구절인〈종신구의지소생, 일체아금개참회〉를 풀이해 보면 '신. 구. 의(身口意) 삼업(三業)으로 해서 생긴 그런 모든 것들을 이제 내가 참회한다'는 뜻이 됩니다.
삼독은 결국 몸,입, 생각으로 인해서 지은 악업인데 그것은 모든 불행을 야기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그런 모든 악업들을 없애버리는 작업이 바로 참회인 것입니다.
참제업장십이존불 (懺除業障 十二尊佛) 나무참제업장보승장불 (南無懺除業障寶勝藏佛)
보광왕화렴조불 (寶光王火簾照佛) 일체향화자재력왕불 (一切香華自在力王佛)
백억항하사결정불 (百億恒河沙決定佛) 진위덕불 (振威德佛)
금강견강소복괴산불 (金綱堅强消伏壞散佛) 보광월전묘음존왕불 (寶光月殿妙音尊王佛)
환희장마니보적불 (歡喜藏摩尼寶積佛) 무진향승왕불 (無盡香勝王佛)
사자월불 (獅子月佛) 환희장엄주왕불 (歡喜莊嚴珠王佛)
제보당마니승광불 (帝寶幢摩尼勝光佛)
보통 『천수경』을 암송할 때 〈참제업장십이존불〉을 생략하고 〈십악참회〉로 바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으나 원칙은 이 구절을 모두 읽어야 합니다. 참제업장에 나오는 십이존불은 업장을 침회함에 있어서 일종의 증명법사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소한 일을 할 때도 증인이 필요하듯이 자신의 참회가 보다 확실하고 올바른 참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부처님께서 옆에서 지켜봐 주시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부처님의 명호이기 때문에 굳이 뜻을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그 명호 하나하나는 상징적인 깊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십악참회(十惡懺悔)
살생중죄 금일참회(殺生重罪今日懺悔)
투도중죄 금일참회(偸盜重罪今日懺悔)
사음중죄 금일참회(邪淫衆罪今日懺悔)
망어중죄 금일참회(妄語衆罪今日懺悔)
기어중죄 금일참회(綺語衆罪今日懺悔)
양설중죄 금일참회(兩舌衆罪今日懺悔)
악구중죄 금일참회(惡口衆罪今日懺悔)
탐애중죄 금일참회(貪愛衆罪今日懺悔)
진에중죄 금일참회(瞋에衆罪今日懺悔)
치암중죄 금일참회(痴暗衆罪今日懺悔)
우리가 지은 많은 악업 가운데 신. 구. 의 삼업에 해당되는 열 가지가 바로 십악인 것입니다. 이 십악을 참회하고 정반대로 행하게 되면 결국 십선(十善)이 됩니다. 여기에 나오는 십악의 뜻을 불자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그것을 참회하고 선한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십악 중에서도 일상생활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것이 바로 구업(口業)입니다. 『천수경』의 맨 처음 구절이〈정구업진언〉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도 입으로 짓는 업이 얼마나 많은 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십악참회〉의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첫째로 〈살생중죄금일참회〉는 '살아있는 모든 것을 죽인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라는 뜻입니다. 흔히 살생의 문제에서 갈등을 겪는 수가 있는데, 우리에게 불필요한 일로써 살생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생을 하지 않고 생명을 존중히 여기는 뜻의 방생을 한다면 그것은 곧 선이 되는 것입니다.
또〈계〉라고 해서 무조건 잘 지키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네 가지 조건이 있는데 그것을 잘 지킴은 물론이고, 잘 범할 줄도 알아야 하고, 잘 열 줄도 알아야 하고, 잘 막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살생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더욱 행복해진다면 살생도 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잘 범하는 일입니다. 전쟁에 나가 적을 무찔러야 할 경우에는 살생을 범해야 합니다. 스님들이 지켜야 할 제목 중에 정오가 지나면 공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그것이 허용될 수도 있습니다.
단체를 이끌어가는 데는 작은 계율도 필요하지만 부처님께서도 소소한 계율에 너무 집착하여 본래의 뜻을 잊어버리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둘째로 〈투도중죄금일참회〉는 '남의 물건을 훔친 것에 대해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가 됩니다.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남의 것을 훔치는 것은 투도에 해당됩니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오늘날의 투도는 단순히 남의 것을 훔치는 것만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정치적인 수많은 제도에 의해서도 엄청난 투도를 일삼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예를 들어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노동을 착취한다거나 권력을 이용하여 이익을 노리는 일은 도둑 중에서도 큰 도둑에 속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도둑에 대한 개념도 많이 달라졌고, 그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도〉의 보다 적극적인 행위는 베푸는 일인 '보시행'을 하는 것입니다. 보시행에 있어서도 법보시(法布施)와 재보시(財布施)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로〈사음중죄금일참회〉는 '삿된 음행의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넷째로〈망어중죄금일참회〉는 '망령 된 말로써 지은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가 됩니다. 〈망어〉는 거짓말입니다.
다섯번째로 〈기어중죄금일참회〉는 '비단결 같은 말로써 지은 모든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가 됩니다.
여섯번재로〈양설중죄금일참회〉는 '두 가지 말로써 지은 모든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양설로 화합하라'는 말도 있지만 여기서 양설은 두 가지 말로 남을 이간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곱번째로 〈악구중죄금일참회〉는 '악담으로 지은 모든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가 됩니다. 우리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거침없는 악담을 퍼붓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무심코 내뱉는 말일지라도 그 말을 듣는 자녀들의 가슴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말에 대한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부드럽고 화기 있는 상냥한 말은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나에게 잘하기 이전에 먼저 가족이 화합하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가족이 화합하는 첫째 조건이 바로 상냥한 말씨로 서로 따뜻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여덟번째의 〈탐애중죄금일참회〉는 '탐욕으로 인해 지은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가 됩니다.
아홉번재의〈진에중죄금일참회〉는 '성냄으로 인해 지은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가 됩니다.
열번째의〈치암중죄금일참회〉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지은 무거운 죄를 내가 오늘 참회합니다.
이상의 십악을 다시 정리해 보면 살생. 투도. 사음은 몸으로 지은 업[身業]에 해당되고, 망어.기어.양설.악구는 입으로 지은 업[口業]에 해당되고, 탐애. 진에. 치암은 마음으로 일으켜서 지은 업[意業]에 해당됩니다.
〈십악참회(十惡懺悔)〉다음으로 이어지는 구절은 우리의 죄업이 아무리 크고 무거울지라도 진실한 마음으로 참회하면 일시에 소멸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백겁적집죄
백겁적집죄(百劫積集罪)
일념돈탕제(一念頓蕩除)
여화분고초(如火焚枯草)
멸진무유여(滅盡無有餘)
위의 네 구절을 새겨보면, '백 겁 동안이나 쌓인 나의 모든 죄업을 한 순간 몰록 소탕해서 제거해 주십시오. 마치 마른풀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았다 하더라도 불을 붙이면 일시에 타버리듯이 다 소멸되게 해 주십시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절에 와서 열심히 기도하고 참회하는 것도 결국 업장을 소멸하기 위한 것입니다. 업장은 우리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장해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므로 기도와 참회를 통하여 업장이 소멸되면 문제 해결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
『천수경』의 핵심이 <다라니>에 있다면 다음으로 이어지는 구절은 죄와 마음의 관계를 명확히 밝힌 안목 중의 안목에 해당되는 가장 차원 높은 대목에 해당됩니다.
죄무자성종심기(罪無自性從心起)
심약멸시죄역망(心若滅時罪亦亡)
죄망심멸양구공(罪亡心滅兩俱空)
시즉명위진참회(是則名爲眞懺悔)
위의 네 구절에 담긴 뜻을 풀이해 보면, '죄라는 것은 본래 실체가 없는데 마음으로 쫒아서 일어나는 것이므로 마음이 소멸되면 죄 또한 없어진다. 마음도 없어지고 죄도 없어져서 그 두 가지가 함께 공(空)해져서 없어져버릴 때 이것이야말로 진짜 참회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반야심경』에서 오온개공(五蘊皆空)이라고 한 대목과도 뜻이 통하는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텅 빈 것으로 바라보는 지혜의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몸도 공한 것이며, 우리의 마음을 통하여 일어나는 온갖 기쁘고 슬픈 감정들도
모두 공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육체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도 공하다고 하는 것은 실체 자체가 알고 보면 텅 비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누구를 사랑한다고 하면 온 우주에 사랑의 감정이 가득 찬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것입니다. 또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서 오는 슬픔도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그러한 감정들은 단지 환상일 뿐입니다. 잠깐의 착각일 뿐입니다.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을 보는 것처럼 실체는 없는 것인데 잠깐 속아서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실체도 없는 좋지 아니한 감정들을 갖고 살아간다면 원하는 일은 결코 해결될 수 없습니다. 공덕을 아무리 많이 지어도 복으로써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서로 안 좋은 감정이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들이란 따지고 보면 텅 비어 공한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지혜의 눈으로 바라보시니 일체가 공한 것임을 깨달으신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반야심경』에서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이라고 하여 "있는 것은 없는 것과 다르지 아니하고 없는 것은 또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했습니다. 변덕이 심한 우리의 감정이 실체가 있는 것으로 속아서 일을 그르치는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특히 가까운 가족 간에 어둠의 감정은 날려 버려야 합니다. 설령 상대방이 미움의 감정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것 또한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영화 속의 주인공을 보고 울고 웃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감정들은 결국 스스로 그렇게 지어냈을 뿐이지 원래는 텅 비어서 실체가 없는 것입니다.
어두운 길을 가다가 새끼줄을 보고 뱀인 것으로 착각하여 겁을 먹고 도망가다 넘어지는 것과 같습니다. 뱀인 줄 착각하고 도망치다 돌부리에 넘어져 피투성이가 되어 방황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쓸데없는 감정에 서로 사로잡혀 우울하게 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천수경』을 열심히 읽는 사람은 적어도 모든 것은 공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감정의 찌꺼기는 말끔히 지워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밝은 내일을 맞을 수 있습니다.
위의 네 구절은 참회에 대한 올바른 견해를 열어주는 굉장히 중요한 뜻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최상의 지혜에 의한 참회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잘못 이해하여지어 놓고도 마음으로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그만인 것처럼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받아들이면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참회에는 크게 이참(理懺)과 사참(事懺)의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이참은 위의 내용에서 가르쳐주듯 이치적으로 참회의 올바른 뜻을 이해하는 것이고, 사참은 이치가 비록 그렇더라도 실제로 기도나 독경, 사경, 보시행 그 밖의 실지 수행을 통해서 참회를 실천하는 것을 말합니다. 진정한 참회란 이참과 사참이 함께 병행될 때 완전한 참회가 되는 것이며,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우리의 업장도 소멸되는 것입니다.
참회진언(懺悔眞言)
「옴 살바 못 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3번)
〈옴 살바 못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에서〈옴〉은 앞에서도 여러 번 나왔듯이 '진언의 왕'이며 '우주의 핵심'이며 '항복, 조복, 섭복'등 여러 가지 의미와 신비한 힘을 가진 진언의 정형구에 해당됩니다. 〈살바〉는 '일체'라는 뜻이며,〈못 자〉는 '붓다'의 다른 표기입니다. 〈모지〉는 '보리'의 뜻이며,〈사다야〉에서〈사다〉는 '살타'이며 〈야〉는'~에게'라는 뜻입니다. 〈사바하〉도 여러 번 나온 단어로서 앞의 일이 원만하게 성취되도록 하는 종결어미로 사용되며, '구경(究竟), 원만, 성취' 또 맡긴다, 귀의한다'등의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옴 살바 못 자 모지 사다야 사바하〉를 붙여서 해석해 보면, '일체의 불보살님에게 귀의합니다.'라는 뜻이 됩니다.
〈참회진언〉의 내용은 결국 자신이 지은 모든 죄를 불보살님께 다 털어놓고 참회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것입니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이유는 참회를 하는 동안 마음이 열려 불보살님과의 교류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계속해서〈참회진언〉의 게송을 살펴보겠습니다.
준제공덕취(准提功德聚)
적정심상송(寂靜心常誦)
일체제대난(一切諸大難)
무능침시인(無能侵是人)
천상급인간(天上及人間)
수복여불등(受福如佛等)
우차여의주(遇此如意珠)
정획무등등(定獲無等等)
첫째와 둘째 주절의〈준재공덕취, 적정심상송〉을 해석해 보면, '준제진언은 공덕의 큰 덩어리인데 이것은 항상 고요한 마음으로 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준제〉란 바로〈준재진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준제진언은 다른 진언에 비해 매우 강한 진언이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않고 아무렇게나 외우면 오히려 화를 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셋째와 넷째 구절인〈일체제대난, 무능침시인〉을 연결해서 풀이해 보면, '일체의 모든 재난들이 준제진언을 외우는 사람에게는 능히 침범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구절인〈천상급인간, 수복여불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천상 사람들이나 보통의 사람들이 부처님처럼 똑같이 평등하게 복을 받는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천상 사람들은 수행이 완성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며, 보통의 사람들은 수행이 덜 된 사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일곱 번째와 여덟째 구절인〈우차여의주, 정획무등등〉의 뜻은 '이 여의주를 만나면 결정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준제진언〉은 무엇이든지 뜻대로 이루어지는 여의주와 같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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