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지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관찰하니 이 염부제 중생들이 발을 옮기고 생각을 움직임이 죄 아님이 없습니다. 설사 좋은 이익을 만나더라도 처음 먹은 마음이 흔히 물러납니다. 그래서 혹 나쁜 인연을 만나게 되면 순간순간마다 죄가 더하여지게 됩니다. 이러한 사람은 마치 진흙 길을 가는데 무거운 돌을 짊어진 것과 같아서 갈수록 피곤하고 갈수록 무거워져서 발이 점점 깊이 빠져드는 것과 같습니다. 다행히 선지식을 만나면 그 무거운 짐을 덜어서 대신 지어다 주거나 혹은 전부 다 지어다 주게 됩니다. 이 선지식은 큰 힘이 있기 때문에 서로 도와주며 붙들어 주고 권해서 그로 하여금 다리를 굳건하게 해 줍니다. 그러다가 만약 평지에 이르게 되면 걸어온 험한 길을 돌아보고는 다시는 험한 길을 지나가지 아니합니다.
세존이시여, 악을 익히는 중생들은 작은 털끝만 한 것에서 시작하여 곧 한량없는 데까지 이르게 되는데 이 모든 중생들이 이와 같은 습관이 있으므로 목숨이 다할 때에 남녀의 권속이 마땅히 그를 위해 복을 베풀어 앞길을 도우며 혹 깃발과 일산을 달며, 혹 기름등잔을 켜며, 혹 좋은 경전을 독송하며, 혹 불상과 여러 성상(聖像)에 공양을 올리며, 혹 부처님과 보살과 벽지불의 이름을 하나하나 분명하게 불러서 임종하는 사람의 귀에 들리게 하거나, 혹은 근본식(根本識)에 남아 있게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이 모든 중생들이 자신이 지은 악업으로 그 과보를 느끼게 됨을 헤아려보아 반드시 악취에 떨어지게 될지라도 권속들이 그 임종하는 사람을 위하여 이러한 성스러운 인연을 닦음으로써 이와 같이 많은 죄가 모두 소멸될 것입니다.
만약 육신이 죽은 뒤 사십구(四十九) 일 이내에 여러 가지 선한 일을 하게 되면, 능히 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영원히 악취를 여의고 인간이나 하늘에 태어남을 얻어 수승한 즐거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 살아 계신 권속들의 이익도 한량이 없을 것이니 이러한 까닭으로 제가 지금 부처님과 천룡팔부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이들의 증명 하에 염부제 중생들에게 권하기를, 임종하는 날 산목숨을 죽이지 말고, 나쁜 인연을 짓지 말며, 귀신에게 절하여 제사하지 말고, 모든 도깨비들에게 구하는 일을 하지 말도록 합니다.
왜냐하면 산목숨을 죽이고 내지 귀신에게 절하여 제사 지낸다고 하는 것은 작은 먼지만큼도 돌아가신 분에게 이익이 없으며 다만 죄악의 인연만 더욱 깊이 맺어집니다. 가령 내생이나 혹은 현생에 성인의 힘을 입어 인간이나 하늘에 태어나게 된다 할지라도 임종 때 여러 권속들이 이러한 나쁜 인연을 지은 관계로 목숨을 마친 사람이 여러 가지 허물들을 변명하느라고 좋은 곳에 태어나는 것이 늦어집니다. 하물며 목숨을 마치는 사람이 살아 있을 때 조그마한 선근도 쌓지 못하였다면 자신이 지은 업에 의하여 스스로 악도에 떨어지는 과보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치가 그러하거늘 어찌 차마 권속마저 다시 업을 더 무겁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먼 곳에서 오는데 식량이 떨어진 지 사흘이나 되고 지고 있는 짐은 백 근이 넘는데 문득 이웃에 사는 사람을 만나서 다시 작은 물건을 부탁받게 되면 이것 때문에 점점 더 피곤하고 짐은 더욱 무거워지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살펴보니 염부제 중생들이 다만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서 선한 일을 터럭 하나, 물 한 방울, 모래알 하나, 먼지 하나만큼만 했어도 이와 같은 이익을 모두 다 자기 자신이 얻게 될 것입니다. “
이 말씀을 설하실 때에 법회 중에 한 장자가 있어 이름을 대변(大辯)이라 했는데 이 장자는 오래전부터 생사가 없는 도리를 깨달아서 시방의 중생들을 교화하다가 지금은 장자의 몸을 나타낸 분이다. 합장 공경하고 지장보살에게 물었다.
“지장보살이시여, 이 남염부제의 중생들이 목숨을 마친 뒤에 그의 권속들이 그를 위하여 공덕을 닦고 재를 베풀어서 많은 선한 일을 하면 이 목숨을 마친 사람이 큰 이익과 해탈을 얻게 됩니까?”
지장보살이 대답하였다.
“장자여, 내 지금 미래와 현재의 일체중생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어 간략하게 이 일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장자여 미래와 현재의 모든 중생들이 목숨을 마치는 날에 한 부처님의 명호나 한 보살의 명호나 한 벽지불의 명호를 얻어 듣게 되면 죄가 있고 죄가 없고를 불문하고 모두 해탈을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남자나 여인이 살아있을 때 좋은 일을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죄를 많이 지으면 목숨을 마친 뒤에 그의 여러 권속들이 그를 위하여 여러 가지 성스러운 일을 지어서 복되게 하더라도 7분 가운데 그 1분 만을 얻게 되고, 나 머니 6분의 공덕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이익이 됩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미래와 현재의 선남자와 선여인들은 잘 들어서 스스로 닦으면 그 낱낱의 공덕을 온전히 얻게 됩니다.
덧없음 [無常]의 큰 귀신이 기약이 닥쳐오면 어둠 속을 헤매는 혼령들은 자신의 죄와 복을 알지 못하여 49일 동안 바보와 같고 귀머거리와 같이 있다가 염라대왕 앞에서 업의 과보를 변론하여 판정한 뒤에는 업에 따라 태어나게 됩니다. 자신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천만 가지 근심과 고통이 따릅니다. 하물며 다른 여러 곳의 악도에 떨어진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목숨을 마친 사람이 아직 태어나기 전 49일 안에 순간순간마다 모든 골육과 권속이 복을 지어 구원하여 줄 것을 바라다가 이 날이 지난 뒤에는 오직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과보를 받을 뿐입니다.
만약 이러한 죄인이라면 천 세를 지내더라도 해탈할 날이 없을 것이며, 만약 그가 5 무간죄를 지어서 큰 지옥에 떨어지게 되면 천 겁이 나 만 겁 동안 여러 가지 고통을 영원히 받을 것입니다.
다시 또 장자여, 이와 같은 죄업의 중생들은 목숨을 마친 뒤에 권속이나 골육이 그를 위해서 재를 올려서 복을 닦아 그의 업을 돕되 잿밥을 마치기 전과 재를 올리고 있을 때에도 쌀뜨물이나 채소 잎들을 땅에 버리지 말고 모든 음식을 부처님과 스님에게 드리지 아니했거든 먼저 먹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먹는 순서를 어겨서 먼저 먹거나 정미롭고 성실하게 하지 아니하면 목숨을 마친 사람이 마침내 구원의 힘을 얻지 못하게 됩니다. 만약 정미롭게 하고 청정하게 해서 부처님과 스님에게 받들어 올리면 이 목숨을 마친 사람은 7분 중에 하나를 얻게 됩니다. 그러므로 장자여, 염부제 중생들이 만약 그의 부모와 권속을 위하여 목숨을 마친 뒤에 재를 베풀어서 공양을 올리되 지극한 마음으로 부지런히 정성껏 하면 이러한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도 돌아가신 분도 다 함께 이익을 얻게 됩니다.”
이 말씀을 설하실 때에 도리천궁에 천만억 나유타나 되는 염부제의 귀신들이 모두 한량없는 보리심을 발하였으며, 대변장자도 환희하는 마음으로 가르침을 받들어 예배를 올린 뒤에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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